생사 넘어 히말라야를 화폭에 담다… 한국화가 한진만 ‘천산’展
국민일보 | 입력 2009.11.01 17:24
하늘과 맞닿은 산 히말라야. 해발 3500m까진 괜찮았다. 조금 더 오르니 손끝이 저리고 머리가 아파오는 것이 "이게 바로 고산병이로구나" 싶었다. 약을 먹은 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나섰다. 4000m 넘어서는 갑자기 추워지면서 감기와 설사가 왔다. 도저히 더 이상 못 올라갈 형편이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만 포기할까." 몇 번이고 망설여진다. "아니다. 죽어도 여기서 죽자. 여기서 죽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도중에 하산한다면 자신에 대한 믿음과 긍지가 한꺼번에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드디어 5500m. 하루에 7시간씩, 1주일 동안의 등산에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지점까지 다다랐다. '야호!'라는 환호 대신 그의 입에서는 "여기가 천국이로구나"라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장엄한 대자연을 '천산'(天山)이라고 이름 붙였다.
산을 그리는 한국화가 한진만(61·홍익대 동양화과 교수) 화백이 히말라야에 도전했다. 지난해 10월 13일부터 3주 동안 혼자 길을 떠났다. 한국과 중국의 산이라면 웬만큼 오르지 않은 산이 없는 그가 히말라야 등정을 결심한 것은 "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자. 지구촌 곳곳의 산을 화폭에 담아보자"는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안식년을 맞아 용기를 냈다.
"고산병에 시달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물도 석회질이 많아 마시지 못하면서 잘못하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밑바닥으로부터 배설을 하는 기분이랄까. 예술이라는 게 항상 그렇듯이 내 자신과의 싸움이자 내 자신과의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히말라야는 '지구 산수화'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의 붓질로 화폭에 옮겨졌다.
"사람 사는 모습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연이란 게 어디에 있든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금강산 만물상도 만나고, 백두산 천지도 만나고, 마이산 돌탑도 만났지요. 산에는 늘 눈으로 덮여 있으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풍경을 만나기도 했구요. 산 꼭대기에서 보니 '세상 모든 산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지구는 하나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생사를 넘어 히말라야를 등반했던 체험을 4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 팔판동 갤러리상에서 '천산'이라는 타이틀로 펼쳐보인다. 등반 중에 200장 넘게 스케치했던 것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보탰다. 구름속 눈덮인 히말라야의 신비한 모습은 단아하고 힘차며 절제된 필선으로 살아꿈틀거린다. 산속 집들의 풍경은 겸재 정선의 작품 속 산촌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 낯설지 않다.
작품의 화면에서 황색 회색 푸른색의 대기에 휩싸인 히말라야의 장대한 모습이 심연의 기운을 뿜어낸다. 작품 배경은 히말라야이지만 수묵으로 표현한 정신은 한국화의 맥을 잇는다. 작가는 앞으로도 세계 곳곳의 산을 찾아나설 계획이다. 그가 발품을 아끼지 않고 떠난 고행의 길에서 만난 것은 자연이지만 작품에 담으려 하는 것은 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다(02-730-003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고산병에 시달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물도 석회질이 많아 마시지 못하면서 잘못하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밑바닥으로부터 배설을 하는 기분이랄까. 예술이라는 게 항상 그렇듯이 내 자신과의 싸움이자 내 자신과의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히말라야는 '지구 산수화'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의 붓질로 화폭에 옮겨졌다.
"사람 사는 모습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연이란 게 어디에 있든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금강산 만물상도 만나고, 백두산 천지도 만나고, 마이산 돌탑도 만났지요. 산에는 늘 눈으로 덮여 있으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풍경을 만나기도 했구요. 산 꼭대기에서 보니 '세상 모든 산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지구는 하나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생사를 넘어 히말라야를 등반했던 체험을 4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 팔판동 갤러리상에서 '천산'이라는 타이틀로 펼쳐보인다. 등반 중에 200장 넘게 스케치했던 것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보탰다. 구름속 눈덮인 히말라야의 신비한 모습은 단아하고 힘차며 절제된 필선으로 살아꿈틀거린다. 산속 집들의 풍경은 겸재 정선의 작품 속 산촌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 낯설지 않다.
작품의 화면에서 황색 회색 푸른색의 대기에 휩싸인 히말라야의 장대한 모습이 심연의 기운을 뿜어낸다. 작품 배경은 히말라야이지만 수묵으로 표현한 정신은 한국화의 맥을 잇는다. 작가는 앞으로도 세계 곳곳의 산을 찾아나설 계획이다. 그가 발품을 아끼지 않고 떠난 고행의 길에서 만난 것은 자연이지만 작품에 담으려 하는 것은 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다(02-730-003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 네팔여행가족이야기 > ~ 회원사랑방(수다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화가 필요해(수다방)-살아가는 모든 얘기를....... (0) | 2009.11.03 |
---|---|
유익하고 좋은 이야기들이 있으시면 글을 남겨 주세요. (0) | 2009.11.03 |
네팔주택 - 점점 바뀌고 있는 주거형태 (0) | 2009.11.01 |
현봉님 저희 카페에 방문을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0) | 2009.11.01 |
안나푸르나 등정 실패 오은선씨 귀국 (0) | 2009.11.01 |